2020년 봄, 우리가 일하던 공간이 통째로 바뀌었다. 책상 위 커피잔 대신 식탁 위 노트북, 사무실의 소음 대신 창문 너머 바람 소리. 그렇게 재택근무는, '비상조치'에서 '일상'으로 자리를 잡았다.
코로나19 이후 한때는 70%에 달했던 원격근무 시행률은 2023년 기준 17.9%로 줄었지만, 주 1~2회 이상 재택을 병행하는 ‘하이브리드 근무’는 되려 늘었다.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, 수도권 대기업의 약 63%가 유연근무제를 도입 중이다.
이제 '매일 출근하는 사람'이 아니라, '일주일에 몇 번 출근하느냐'가 대화의 단위가 되었다.
그 변화는 직장인의 일상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. 아침 지하철 대신 동네 카페, 복장 점검 대신 반쯤 정리된 얼굴, 점심엔 집 앞 백반집이나 직접 만든 샐러드. 거리는 짧아졌지만, 책임감은 오히려 커졌다. 메신저에 표시된 ‘온라인’의 녹색 불빛 하나로 누군가의 집중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.
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.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고, 팀워크의 결속력은 낮아질 수 있다. 특히 MZ세대는 소속감과 성장 기회의 부족을 토로하기도 한다. 그래서일까? 최근엔 재택과 출근을 적절히 섞은 ‘출근 3일 + 재택 2일’ 모델이 가장 이상적인 근무형태로 꼽히고 있다.
이제 우리는 묻는다. ‘회사에 가야만 일하는 걸까?’라는 질문 대신, ‘어디에서 일할 때 가장 나답게 일할 수 있을까?’ 라는 질문을.
재택근무는 단순한 공간의 변화가 아니다. 일하는 방식, 나를 바라보는 시선, 하루를 설계하는 주도권까지 함께 바꿨다.
그 변화의 풍경 속에서, 우리는 조금 더 우리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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