감정이 '데이터화'되는 세상, 그 안의 공허함
언젠가부터 힘든 날이면 챗GPT에게 털어놓는 버릇이 생겼다.
“오늘 기분이 좀 이상해.”
“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?”
AI는 정중하게, 그리고 빠르게 내 감정을 분석하고 위로의 말을 전한다.
"지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."
"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."
듣기엔 따뜻하다. 그런데 이상하게, 마음 한구석이 더 허전해졌다. 마치 누군가에게 말은 했지만, 아무도 그 말을 ‘진짜로 들어준 것 같지 않은 느낌.
사람 대신 AI와 이야기하는 시대
감정노동이 일상이 된 사회. 고객 응대, 상사와의 관계, 친구와의 ‘배려 섞인 대화’까지도, 우리는 많은 순간 감정을 눌러가며 살아간다.
그래서일까. 요즘은 감정의 짐을 AI에게 대신 털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.
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, 20대~40대의 약 35%가 AI를 감정 정리 도구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. 특히 '공감받고 싶을 때', '지적이지 않은 조언을 듣고 싶을 때' AI를 찾는다는 응답이 많았다.
심리상담 앱 ‘마인드카페’나 AI 기반 멘탈케어 서비스의 이용률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.
정확히 말하자면, 우리는 점점 "덜 복잡하고, 덜 부담스러운 대화"를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.
공감의 기술은 아직 사람에게 남아 있다
하지만 중요한 건, AI는 공감하는 ‘척’을 할 뿐이라는 점이다.
당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, 그 눈물이 왜 흘렀는지는 모른다.
친구는 “괜찮아?” 한마디에 수천 가지 감정을 담는다.
AI는 “괜찮아요”를 무한 반복할 수는 있지만, 그 온도는 언제나 23도쯤이다.
가끔은 누군가의 한숨, 말 없는 눈빛, 어색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.
그건 여전히,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관계의 온기다.
AI가 감정을 듣는 시대, 우리는 더 외로워졌을까?
아니면, 덜 복잡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 걸까?
오늘, 누구와 진짜 대화를 나누었나요?
'사회 트렌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“챗GPT에게 묻는 시대, 우리는 더 똑똑해졌을까?” (6) | 2025.04.20 |
---|---|
블로그 수익화, 정말 가능할까? (7) | 2025.04.17 |
"직장인 점심시간, 혼밥보다 동료와의 식사에 숨은 심리 효과" (4) | 2025.04.16 |
카페에 가는 이유, 커피 때문만은 아니다 – 도심 속 가장 작은 휴식처 – (0) | 2025.04.16 |
재택근무, 일상이 된 풍경 – 회사가 아닌 집에서, 일의 풍경이 바뀌다 – (0) | 2025.04.15 |